꾸준히/에세이

19년 가장 잘한 일|독서모임(마지막 목요일 먹고 읽는 모임)

내일은 나도 주식부자 2021. 12. 3. 16:31

 

(2020년 12월 15일 작성글)

 

 

2019년과 2020년에 잘한 일 중 하나는 독서모임을 시작한 것이다.

굉장히 배울점 많고 가슴 뜨거운 삶을 사는 지인이 모임장이다. 그는 2년 전,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독서모임을 결성했다. 먹고 마시는 약속보다는, 책을 매개로 하면 정기적으로 만날 이유도 되고 의미도 있지 않겠냐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2년이 된 지금 책보다 식음의 비중이 압도적인 것 같긴 하지만 기분 탓이겠지. (심지어 독서모임 이름에 '먹는다'의 '먹'자도 들어간다)

출발은 바로 2019년 1월 즈음이었다. 모임장과 1년간 연락 없이 지내다 새해를 맞아 홍대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무려 (내가 좋아하는) 참치를 사주셨다. (무언가 부탁같은 게 있으신가 잠깐 생각하기도 했다ㅎㅎ)

그 자리에서 독서모임을 만들려 하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다. 나로서는 그분을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모임을 마다할리 없었다.


그렇게 인연이 된 독서모임원들은 비슷한 구석이 있는 듯하면서도 사는 세계가 꽤나 다른 사람들이었다. 문화기획자, 창업가, 개발자, 교육 강연가, 뜻 있는 재단에서 일하시는 분 그리고 기자. 그 세계들이 만날 때 일어나는 케미가 흥미롭다.

재밌는 점은 모두 부캐(부캐릭터)라 할 만한 캐릭터를 하나 이상은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래퍼라거나? 성격적인 것 뿐만 아니라 직업적으로도 다양하게 갖고 있다. 잘하는 것이 한두개가 아니니 그러하시겠지.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다채로움이 느껴져서 좋다.

독서모임원과 대화를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좋은 일은 더 기쁘게 느껴진다. 축하와 공감, 위로가 얼버무려진 우리의 만남. 무엇보다 대화 주제에 한정이 없다는 것이 만남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어떤 이들과는 평면적인 대화밖에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부족할 수 있고, 상대와 핀트가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상대의 수준에 내가 못미쳐서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대화란 혼자 의도적으로 이끈다고 쉬이 물꼬가 터지는 것도 아니다.

독서모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어떤 주제, 영역을 막론하고 막힘이 없다. 거기에 본인이 몸담고 있는 세계에서 쌓은 인사이트까지 더해지니, 생생할 수밖에. 진지함과 깊이, 가벼움과 개그까지 넘나들 수 있는 대화상대가 있다는 건 큰 복이다!

상생하는 이런 관계가 정말 소중하고 좋다. 책을 더 열심히 읽어오시면 더욱 좋을 것 같고ㅎㅎ

코로나로 이번달 모임이 12월 말로 잠정 연기되었다. 보고싶은 나의 비타민들!